미타암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 = 안진환 기자]

1980년대 당시 불교계에는 ‘일(一) 미타, 이(二) 문수, 삼(三) 보리’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세 암자가 전국에서 가장 ‘기도발’이 잘 듣는 기도처인바, 게 중 미타암이 최고요, 문수암, 보리암이 그다음 순서라는 뜻이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는 그렇다는 얘기이지, 사회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마도 입소문을 타고 불자들이 소원을 빌러 많이 찾아가는 순서쯤 될 터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팔공산 갓바위와 운문사 사리암, 여수 향일암 등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종의 유행가처럼 ‘기도발’도 옮겨 다니는 건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일(一)미타’ 명성 찾아가는 중

어쨌든. 천성산(千聖山) 미타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 통도사의 말사이다. 한때 ‘일미타’의 지존을 자랑했던 미타암이 주지 동진 스님 부임(2018년) 뒤 7년 만에 명실상부 기도 도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동진 스님은 ‘조용한 카리스마’로 천성산 중턱의 작음 암자를 완전히 새로운, 영남 제일의 관음기도처로 미타암을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그동안 숙원이었던 임도 개설 불사를 완공했고, 공양 공간을 새롭게 조성했으며,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상수시설까지 완비했다. 이 절의 보물 석굴 법당도 새롭게 정비해 불자들의 기도와 수행에 따른 불편을 해소했다. 동진 스님의 원력이 얼마나 크고 추진력이 대단한지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성과이다.

이제 미타암이 과거의 ‘일미타’ 명성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이 나온다. 동진 스님은 “남해 보리암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 기도처답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매일 매 순간 어디서나 금강경 독송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생기겠지요”라며 특유의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성산 미타암(주지 동진스님) 임도 개설

①임도 개설 불사
미타암은 2023년 3월 길이 830m 폭 6m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준공했다. 무려 12억 5000여만 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미타암이 가진 돈은 5억여 원. 나머지는 경남도와 양산시의 지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주지 동진 스님의 폭넓은 인맥과 역량이 빛을 발했다.

미타암은 해발 700m의 기암절벽 쪽에 세워진 사찰로 그동안 노약자의 사찰 방문은 물론 산불 방재 선 확보, 유사시 보물 99호 석조아미타불의 보호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 도로의 개통으로 미타암 입구까지 차량이 올라올 수 있게 돼 불자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더 잦아지고 있다.

800m 임도 개설로 접근성 높여
하지만 임도 불사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화엄사 주차장~미타암까지 800여m의 임도는 개설됐지만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이 때문에 현재 화엄사 주차장에서 미타암으로 가는 임도는 차단봉을 설치해 셔틀버스와 신도 차량의 출입만 허용하고 있다. 이 바람에 주말에는 등산객 등의 차량이 불법 주차로 일대가 몸살을 앓기 일쑤다.미타암 측은 자체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고, 양산시에 개설 승인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새로 조성될 주차장은 대형버스 20대와 승용차 80대가 동시 주차 가능한, 상당히 큰 규모다. 이 주차장이 완공되면 주차난은 거의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②산 중턱 절에 웬 상수도가?
만년 물 부족에 시달렸던 미타암. 심지어 스님들 빨래도 아랫마을까지 가져가서 해 와야 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산물을 물통에 받아 사용하다 보니 가뭄이 심할 때는 먹는 물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물 걱정은 ‘끝’. 동진 스님 부임 후 제일 먼저 해결한 것이 상수시설 설치. 1억 6000여만 원을 들여 산 아래에서 절까지 2km나 되는 상수관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해발 700m까지 물을 밀어 올리려면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펌프가 필요했다. 또 강한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특수강이 들어가 있는 관을 구입해 상수시설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었다.

상수도 설치도 물 부족 문제 해소
이제는 산물과 상수를 섞어 이용하고 있다. 전국 사찰 중 해발 700m 고지대에 상수시설을 설치해 놓고 물 걱정을 하지 않는 사철이 과연 몇 군데나 될까?

③석굴 법당 방수와 마루 정비
미타암의 보배는 뭐니 뭐니 해도 제2 석굴암으로 불리는 미타석굴법당. 이 법당 안쪽에 석조아미타여래입상(보물 998호)이 모셔져 있다. 이 석조입상은 정확한 조성 연대를 알 수 없지만 719년 조성된 국보 감산사 석조 아미타불입상과 여러모로 닮아 비슷한 시기나 조금 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미타불이 워낙 영험하신 탓인지 마치 근래에 만든 것인 양 맑고 깨끗해 13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오신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거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간절한 기도를 하면 한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난 굴법당 [사진 = 안진환]

석굴법당 안온한 기도처로 자리 잡아
하지만 법당이 워낙 오래되고 자연 동굴에 인공이 가해져 만들어지다 보니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조용히 기도드리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동진 스님은 천장에 항공기용 특수 재질의 플라스틱 제품으로 천장을 보강했고, 축축한 타일로 돼 있던 바닥도 오동나무 장마루로 대체했다. 여기다 동진 스님이 직접 옻칠을 해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게 해 놓았다. 난방과 냉방 시설도 갖춰져 있어 이젠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아미타부처님에게 기도드리고 소원을 빌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미타암 시부지기 현판 (대한불교조계종 성파스님 글씨)

④새 공양간 대불사
최근 초하루 법회 때 미타암은 공양간 ‘시부지기(時不至起)’ 현판식을 거행했다. 새로 완공한 공양간에 현판을 붙였는데, 동진 스님의 은사 성파 조계종 종정의 글씨다. ‘시부지기’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거의 저절로’라는 뜻의 부사로, 주로 경남에서 사용하는 방언이다. 표준어는 시부저기.시부지기든, 시부저기든, 이 공양간에는 아무나 시부지기 들어와 배 불리 공양하고 가라는 자비의 뜻이 새겨져 있는 것 아닐까.

미타암 공양간 모습 [사진 = 안진환 기자]

11월쯤 공양간 준공 행사 예정
지상 3층으로 건립된 공양간에는 4개의 방도 딸려 있어 기도하러 온 분들이 쉬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 가사용 승인 상태. 미타암 측은 11월쯤 건물이 완전히 준공되면 정식 행사를 거행하겠다며 보도 유예(엠바고)를 요청해 이쯤에서 그친다.

천성산 미타암 요사체 모습 [진= 안진환 기자]

⑤ 미타암의 역사

천연동굴에 조성한 석굴 사원, 미타암은 646년(선덕여왕 15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920년(경명왕 4년) 지공대사가 중창하였다. 구한말에 우리나라의 선사상을 부흥시킨 경허(1849~1912)의 제자 혜명(1861~1937)이 주석했으며, 현재 석굴 입구에 비석(혜월혜명대선사무상설법탑)이 세워져 있다.

미타암에는 석굴법당에 석조아미타여래입상이 모셔져 있다. 아미타불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머물면서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이다. 머리는 소라 모양 머리카락의 나발과 상투 모양의 큼직한 육계(肉髻)로 표현되었다. 어깨까지 내려온 귀는 여유롭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왼손은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는 여원인(與願印)을 취하였고, 오른손은 법을 깨달은 전법륜인(轉法輪印)을 취하였다. 어깨는 둥글고 가슴은 평평하며 부드러운 주름의 법의는 가슴 아래로부터 U자형으로 발목까지 흘러내린다. 둥글고 단순한 형태의 대좌 위에 곧게 선 자세이다.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광배(光背)는 끝이 뾰족한 배 모양이며 2줄의 굵은 선으로 머리의 빛〔頭光〕과 몸의 빛〔身光〕으로 구분된다. 두 줄 사이에는 좌우 대칭의 꽃무늬를 배치하고, 테두리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둥근 대좌에는 아름다운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석굴의 입구가 동쪽을 향해 있어 경주 석굴암처럼 아침 해가 떠오를 때면 아미타불은 밝은 햇살을 듬뿍 받게 된다. 이곳은 ‘세상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석굴법당 앞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날이 맑은 날이면 멀리 울산 앞 동해까지 시야에 들어오고, 양산시 웅상읍의 드넓은 들판과 신도시가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맞은편 대운산 줄기가 시원하게 뻗어간다.

미타암에서 바라본 전경

석굴법당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장관

기자가 찾아간 날은 아쉽게도 가을비가 소슬하게 내려 발아래 안개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시원한 바람에 안개가 슬쩍 걷히면 푸른 들판이 우단처럼 쫙 펼쳐지고, 다시 안개가 몰려들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눈앞이 막막했다. 수없이 안개가 걷혔다 펼쳐졌다 하면서 눈앞의 풍경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출했다. 우리네 삶도 이렇지 않은가. 맑은 날이 있고 흐린 날이 있고, 그 중간쯤의 날도 있고… .

*미타암 안내
-경남 양산시 주진로 379-61
-종무소 055-365-4184

-대중교통편
#울산에서 올 때:714번→웅상도서관 앞 하차→웅상도서관 건너편 동해주유소→미니버스 탑승#부산에서 올 때: 58번이나 1002번 버스→웅상도서관 건너편 동해주유소 하차→미니버스 탑승(오전 7시 10분부터 오후 3시 1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

글=윤현주 산사의 향기 편집장(전 부산일보 논설위원)
사진=안진환 산사의 향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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