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는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 1번지

 

해동용궁사 전경 [사진출처 = 해동용궁사]

 

사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세상과 동떨어진 깊은 산속에 고즈넉이 터 잡은 모습일 것이다. 바로 발아래에 파도가 철썩이고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바닷가 절벽에 우뚝 서 있는 가람은 그 모습 자체만으로 경이롭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 86 해동용궁사[주지 덕림(德林) 스님]. 뒤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사천왕처럼 호위하고, 앞으로는 만경창파 동해가 푸른 우단을 깔아 관세음보살의 앞길을 내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바닷가 경사진 곳에 계단식으로 법당 등 여러 당우가 조성되다 보니 키 높이가 자연스럽게 맞춰져 어디서나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해동용궁사는 부산 관광의 알파요 오메가다.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한해 수백만 명(공식 통계는 없음)이 탐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평일에도 언제나 붐비고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평일이었는데 관광객과 참배객으로 북적였다.

오시리아 관광단지 조성 후 탐방객 급증
영국의 더 타임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익사이팅(exciting)한 곳’ 10군 데를 꼽았는데, 해동용궁사가 포함됐다. 개인택시운전사 김동찬 씨는 “외지 손님을 태워보면 해동용궁사와 감천문화마을을 가장 많이 찾습니다”라고 귀띔했다.
몇 년 전부터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조성되고 인근에 특급 호텔과 롯데아울렛, 롯데월드 등 대형 판매·위락 시설이 대거 들어서며 해동용궁사를 찾는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주지 덕림 스님은 “참배객의 70% 정도는 외국인입니다. 특히 외국 관광객들은 절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지요.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해동용궁사는 흔히 ’관광지‘로만 인식할 뿐, 기도 도량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해동용궁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해수관음성지(海水觀音聖地)다. 해수관음성지로는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그리고 해동용궁사를 꼽을 수 있는데, 이중 바다와 가장 근접해 가람 배치를 한 곳이 해동용궁사이다. 바다 쪽에서 바라보면 해동용궁사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절터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 소문 자자
관음성지란 관음, 즉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신 도량이나, 관세음 신앙의 중심지를 뜻한다.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보면 바다에서 풍랑이나 위난을 만날 때 관세음보살을 간절히 부르면 구제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 대승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은 바다에 주석하는 것으로 인식되며, 주로 바닷가 절이 관음 신앙의 중심지가 된 경우가 많다.
특히 해동용궁사는 민족의 영산인 백두대간이 태백을 줄달음해 내려와 태평양을 건너기 전 동해의 최남단에 우뚝 솟아 멈춰 선 곳에 있으니, 해동제일 대명지(海東第一 大明地)라는 평을 받는 곳에 터를 잡았다. 이곳의 관세음보살은 위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간절히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해동용궁사는 본래 고려 우왕 2년(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에 의해 창건됐다. 나옹스님이 법을 구하기 위해 전 국토를 헤매고 다닐 때 현 해동용궁사 자리에 당도하여 지세를 살펴보니 배산임수(背山臨水)에 조성모복지(朝誠暮福地), 즉 뒤는 산이요 앞은 푸른 바다로 아침에 불공을 드리면 저녁에 복을 받는 신령스런 곳이라고 하며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행 정진을 했다고 전해진다.

해동용궁사 대웅전 불사 방명록비와 석탑 [사진 = 안진환 기자]

고려 때 창건… 정암 스님이 현재 모습 발전시켜
임진왜란 때 전화로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 초 통도사 운강 스님이 보문사로 중창했고 그 후 여러 스님이 차례로 주석했다. 결정적으로 오늘날 해동용궁사를 일으킨 분은 1970년대 초 부임한 정암(종기) 스님. 스님은 주지로 주석하면서 관음 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서원하고 기도 정진할 때 회향일 몽중에 백의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친견하고 산 이름을 보타산(普陀山),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개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지 덕림 스님은 “정암 스님은 40여 년간 주지로 계시며 길도 신도도 없는 이곳을 현재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대단한 원력을 가지신 분입니다. 정암 스님 공덕이 없었다면 오늘날 해동용궁사는 있을 수 없습니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구례 화엄사 소속의 정암 스님은 덕림 스님의 사숙이기도 하다.
정암 스님은 주지 시절 해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릴 정도로 사찰 경영에 남다른 열정과 수완을 발휘했다. 특히 중국으로 건너가 절 홍보 전단을 돌릴 정도로 열성을 보였으며, 이 덕분에 2000년대 들어 중국 관광객이 대거 해동용궁사를 찾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해동용궁사는 외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해동용궁사 주지 덕림스님 현 사찰의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안진환 기자]

현 주지 덕림 스님 부임한 뒤 전통사찰 등록
일주문을 지나 내려오다 보면 붉은 글씨의 용문석굴(龍門石窟)이 보이는데, ‘용문사’와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현판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절 곳곳에 붉은 글씨와 구조물, 현판이 많이 보인다.
정암 스님은 2021년 9월 개인 사찰이던 용궁사를 화엄사에 기증했으며 이때부터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 말사가 됐다. 덕림 스님은 2022년 5월부터 주지로 취임 후 2023년 2월 용궁사를 전통사찰로 등록됐다. 덕림 스님은 관음성지로서 원래의 역할을 살리기 위해 심혈을 쏟고 있다.
해동용궁사는 지역 나눔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기장군청에 쌀 1kg짜리 500포대와 1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수년 전부터 기장 관내 복지센터 5군 데와 부산사랑의열매 등에 시주받은 쌀을 수시로 나눠주고 있다. 용궁사 측은 일요일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비빔국수도 나눠 준다. 신도회 ‘관음회’가 자원봉사를 한다. 국수 1천 그릇 이상 배식한다니, 엄청난 양이다.

해동용궁사(주지 덕림스님) 이웃돕기 성금·품 기증

쌀과 장학금 전달, 지역사회 기부 활동 활발
하지만 해동용궁사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불사가 번성하는 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속앓이도 하고 있다. 관광객과 참배객이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그만큼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올여름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차례 119구급차량이 출동할 정도로 위급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대형 참사 위험이 상존한다.
반면 안전시설 확보는 뒤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터 전체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보니 각종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 특히 십이지신상이 늘어서 있는 진입로 양측에 상점들이 노상 영업을 일삼고 통행인이 많아 119차량이나 소방차 진입이 여의치 않다. 사찰 측은 부산시와 기장군에 별도의 소방도로 개설을 꾸준히 건의하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

소방도로 개설 등 행정 차원 안전책 마련 시급
해동용궁사의 해외 관광객 유치와 부산 경제유발 효과를 고려한다면 부산시와 기장군의 전향적인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사후약방문보다 사전 처방이 더 긴요하다.
아울러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해동용궁사를 부산 관광 및 경제 활성화의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려면 행정 당국의 고민과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수천억 원을 들여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관광 명성을 해동용궁사는 이미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아닌가.

취재 = 안진환 기자

*대한불교 조계종 해동용궁사 안내
-365일 참배 가능. 입장 시간 새벽 4시 30분, 퇴장 시간 오후 8시 30분
-입장료 무료. 주차장은 사찰과 무관.
-종무소 051-722-7744

-홈페이지 yongkung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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