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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사찰 산책] 통도사 무문(無門)의 향기, 비구니 수행도량 ‘보타암’을 가다
입구에서 가장 가깝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암자 구하 · 경봉 스님 권유로 이전… 영축산 능선 품은 관음 성지 [양산] 영축총림 통도사의 산문을 지나 삼성반월교를 건너면, 세속의 번뇌를 씻어내듯 맑은 물소리가 발길을 잡는다. 제1주차장을 지나 산내 암자로 향하는 길목, 약 250m 지점에 위치한 보타암(寶陁庵)은 통도사 산내 암자 중 유일하게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수행처다. 접근성이 가장 좋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이들만 찾아드는 이곳은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정취를 머금고 있다. 인도 ‘보타락가산’의 의미 담은 관음 도량 ‘보타’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인도의 보타락가(補陀洛迦) 산에서 유래했다. ‘향기가 나는 작은 흰 꽃’이라는 뜻처럼, 암자 곳곳에는 수행의 향기가 가득하다. 본래 보타암은 ‘동운암(東雲庵)’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부도원 뒤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일주문 앞의 소란스러운 난전 등으로 인해 수행 환경이 여의치 않자, 근현대 불교의 거목인 구하 스님과 경봉 스님이 영춘·호전 스님에게 이전을 권유했다. 이에 1927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와 비구니 도량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전통 지붕 양식의 전시장, 예술적 가치 높아 보타암은 규모는 작지만 한국 전통 건축의 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붕 박물관’이기도 하다. ◉ 대웅전과 요사채 : 화려하고 우아한 팔작지붕 ◉ 약사전 : 정갈하고 소박한 맞배지붕 ◉ 창고 건물 : 중후한 멋의 우진각지붕 이처럼 다양한 지붕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대웅전에는 구하 스님이 직접 쓴 ‘寶陁庵’ 편액이 걸려 있으며, 기둥마다 새겨진 주련은 월하 스님의 친필로 장엄되어 있어 당대 고승들의 법향을 느끼게 한다.
벽화로 읽는 불교의 지혜 보타암의 또 다른 백미는 전각을 두른 벽화다. 대웅전 외벽에는 수행자가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심우도’와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담은 ‘관음응신도’가 펼쳐진다. 약사전에는 중생의 병고를 치유하겠다는 약사여래의 서원이 담긴 ‘약사여래십이대원’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참배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열반의 향기가 머무는 곳 보타암에는 신비로운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창건주인 영춘 스님이 1993년 가을 열반에 들 당시, 암자 전체에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운 향기가 진동했다고 한다. 이 향기는 다비식 이후 영축산 산내 곳곳으로 퍼져나가 참배객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보타암의 회주 재근 노스님은 그 향기와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가며 도량을 지키고 있다. 절 마당에 정성스레 깔린 자갈과 박석, 화단마다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들은 수행자의 섬세한 배려를 짐작게 한다. 보타암 대웅전 앞마당에 서면 영축산 함박능선부터 시살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모진 세파에 지친 이들에게 보타암은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운 미소와 함께 ‘부처님의 향기’로 위로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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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암 입구에 세워진 비석
대웅전에서 사부대중이 모여 기도하는 모습
보타암 경내